문화예술교육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고동원[이하 고] :

중앙여고 연극반을 10년간 지도하고 나왔는데 그 이후에 없어졌어요. 당시에 학교 지원이 없어 무료봉사를 했죠. 그렇게 청소년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2002년에 난산리 대안학교에서 같이 해보자 제의가 들어왔죠. 대안학교에 대해 잘 몰랐다가 그때부터 대안교육에 대해 공부를 했죠.

현의선[이하 현] :

아이들 교육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었어요. 아이를 낳으면서 더 관심을 갖게 됐고요. 뭔가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은 공포심도 느꼈어요. 그때 독서와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거죠.

각자의 교육철학이 궁금합니다.

고 :

부부는 교육철학이 달라도 같이 생활하며 닮아가는 것 같아요. 저는 현선생님을 만나면서 대안학교를 그만두고 지금의 굴메배울터를 시작했어요. 그때 대안학교에서 공교육을 받지 않는 아이들만 모아 기숙형 대안교육을 했는데, 그것 역시 선택받은 아이들만 받을 수 있는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안교육이라는 것이 학교 교육에서 부족한 것을 위한 것인데 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심지어 많은 대안학교가 귀족화 되어버렸고요. 그래서 공교육을 받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대안교육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바뀌었죠. 그래서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지원사업과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으로 그 교육을 실행하는 거죠.

현 :

제가 이 교육을 시작한 이유가 아이 때문이었어요.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인데 누군가 한 명은 이런 일을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죠. 힘들어서 흔들릴 때는 중심을 잡고 함께 가 줄 사람이 있어서 든든하죠. (고동원선생님을 바라보며...)
저희는 ‘서둘지 않고 천천히 가는’ 것을 모토로 교육을 하고 있는데 정말 마음에 와 닿아요. 제가 늘 서두르고 급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한 발 가고, 멈추고 또 한 발 가고... 이렇게 아이들을 보게 됐죠. 그러니까 아이들이 제대로 보이더라고요. 애가 좀 못하면 어때요. 조금 기다려 주면 되는 거죠.

부부가 함께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의견충돌이나 가치관의 차이 같은 것은 없나요?

현 :

고동원선생님은 바른 길로 가기를 원하고, 저는 예외상황이 생기면 선생님들과 조율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해요. 급한 불은 끄지만 나중에 둘이서 2차전을 하죠.(웃음)

고 :

제가 고집이 세긴 하죠. 당시에는 불같이 화가 나지만, 나중에 다시 생각하면 ‘아 그게 그런 뜻 이었나’ 하면서 조율이 되니까 편하죠. 일단 서로 믿으니까요. 남남끼리 싸우면 등을 돌려 버리는데 부부는 아무리 싸워도 풀릴 때까지 대화를 하니까요.

현 :

남편이 고집은 세지만, 아이 교육 때문에 만났기 때문에 기본적인 신뢰가 있죠. 내 생각이 지금은 이렇다 해도 나중에는 ‘남편 생각이 맞구나’ 하는 경험을 몇 번 했거든요. 그래서 남편이 끝까지 의견을 갖고 가는 것은 뭔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죠. 생각을 한 번 멈추고 실행해볼 때도 많아요. 확실한 것은 천천히, 느리게 가는 것이 맞는 거죠. 저의 조급함을 남편이 많이 중재 해줘요.

꿈다락토요문화학교에서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찍는 교육을 하고 있는데, 특별히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유가 있나요?

고 :

요즘 스마트폰 없는 아이들이 없는데, 80%가 게임을 해요. 학교에서는 수업 시작 전에 스마트폰을 다 걷는데 이것은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스마트폰을 적절히 사용하게 하고, 수업시간에 방해되지 않게 아이들 스스로 알아서 제어 할 수 있게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죠. 이것은 교육자의 편의성을 위한 행동이에요. 교육자가 아닌 관리자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교육을 하게 된 거예요. 충분히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비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들과의 충돌은 어떻게 해결하나요.?

고 :

나는 야단을 치는 편이고, 현 선생님은 감싸는 편이에요. 초등학생까지는 통제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아이들은 아무리 잘못해도 혼내지 않을 것을 아니까 소위 막나가는 아이들이 많아요.
굴메배울터에서의 교육은 아이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건 넘어가지만 혼내야 할 상황에서는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을 내요. 그리고 오해를 풀고 서로 이해하는 과정까지 진행하죠. 이 부분은 부모와 공유해요. 아이들의 문제 상황과 교육은 부모와 같이 공유하면서 이끌어나가요.

부모들과의 관계도 특별하겠네요?

현 :

아이들에게 속상한 일이 있으면 풀고 싶어 저에게 전화가 오죠. 저는 듣는 입장이라 아이들 때문에 흥분한 감정을 진정을 시켜드려요. 여기에 온 것을 부모님들이 좋아해요.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관심 있게 지켜봐주죠. 그러다 보니 계속 오는 아이들이 있어요.
보통 한번 교육을 받았던 학생은 다음엔 다른 교육을 받길 원하잖아요. 우리 교육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한 번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계속 함께하는 그런 교육이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유사성자폐성향을 보이던 아이가 있었어요. 2년간 엄마가 우리에게 보냈는데, 교육 과정안에서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 내용을 많이 했죠. 엄마와의 소통도 끊임없이 했고요. 아이가 많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했어요.

이렇게 교육을 하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에 놀랄 때가 있나요?

현 :

처음 만났을 때의 문제점이나 안 좋은 습관들이 사라지고 긍정적으로 변한 모습을 볼 때는 깜짝 놀라요. 수업이 끝나면 부모와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아이의 상태를 확인 하는 작업이 꾸준히 이루어져요. 우리 두 사람뿐만이 아니라 다른 강사들과도 꾸준히 대화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고 :

아이들의 상태를 체크하면서 서로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것이 교육 환경이 되는 것이죠. 옛날에는 대가족이었기 때문에 부모가 아니더라도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 고모들이 돌봐주며 아이들의 문제행동을 고쳐줬어요. 요즘은 집에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을 관심 갖고 돌볼 기회가 없는 거죠.

대안교육에 대한 생각이 남다른데 지금 부모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고 :

교육문제를 얘기하면 정책문제까지 하게 되요.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은 문제가 많아요. 답안을 맞추기 위한 교육이에요. 실패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고쳐지지 않습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전공을 못 살리는 교육을 하고 있어요. 부모들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소리를 못내요. 용기가 없어서 그래요. 내 아이가 뒤처지고 사회성이 떨어 질까봐서요.
부모님들과 대화를 하면 첫 번째 질문이 ‘우리 아이가 여기에서 생활을 하고 공부를 하면 사회성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학교성적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검정고시를 봐야하는데 공부하는 시간을 뺏기는 건 아닐까요?’ 하는 거예요.
부모들이 머뭇거리는 이유는 졸업장이 없으면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구조이기 때문이죠.

현 :

제가 대안학교를 보낸다고 했을 때 집안의 어른들부터 시작해서 아무도 찬성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학교교육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행동할 수 없는 것은 학교교육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 하기 때문이에요.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하더라도 바뀌지 않고 그 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어요.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고나서야 ‘정말 아무 일도 아닌 것을 고민하며 살아 왔었구나’ 라고 느꼈어요.
아이가 학교를 다니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 할 것이라는 믿음이 가장 필요해요. 주변 상황에 맞춰서 공교육과 사교육에 매달린다면 원 없이 해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 후에 스스로 아니구나 싶을 때 하나씩 내려놓는 시기가 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대안교육을 선택했던 거였어요. 아이의 성향에 맞는 교육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교육자가 아닌 부모 입장에서 자녀가 어떤 공부를 했으면 하나요?

고 :

요즘 아이와 자주 싸워요. 대안학교를 보냈는데 본인이 공교육을 원해서 다시 학교에 보냈어요. 우리는 공교육을 하지 말았으면 했는데, 아이의 성향이 공교육이 맞는 것에요. 우리는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주의라서 다시 학교로 돌아갔죠. 어느 날은 힙합을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하고 싶으면 하라고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마음먹었으면 적극적으로 했으면 했어요. 근데 아직 슬슬 분위기만 보면서 실행을 하지 않길래 기싸움을 하는 중이에요.(웃음) 예전에는 제자들을 보면서 ‘내가 키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교사와 부모가 하는 것은 미미해요. 시간이 아이들을 키우는 거예요. 아이들 대부분이 그렇고, 아이들마다 시간이 다를 뿐이죠. 생각이 바뀌면서 아이들에게 잔소리도 줄었어요. 교육자가 할 일은 길잡이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아이들이 숨 쉴 곳은 어디인가 생각해본다. 학교 교육은 이미 벽돌처럼 단단해져 버렸고, 학교 밖에는 더 바쁘게 움직여야 할 학원이 줄 지어 있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사람들, 아이들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어른’이 주위에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느리게 아이들을 이끌어주는 고동원, 현의선 선생님의 걸음에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