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 놀이터가 된다면 어떨까. ‘내가 만든 미술관’은 미술관이 놀이공간이 되고 미술품이 놀이도구가 되는
한바탕 신나는 상상에서 시작됐다. 잘 놀아야 몸과 마음, 정신이 건강해진다는 확신. 미술관에서 마음껏 놀다보면 아이들은 상상력을 동력으로 성장한다.

‘자연사랑미술관’에서 처음 카메라를 접한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성능 좋은 장난감을 손에 쥔 신기한 표정이랄까. 아이들은 선생님이 들려주는 카메라 기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보멍 느끼멍 찍으멍’ 즐기는 사진 찍기 놀이. 아이들은 이렇게 놀이를 통해 독립적이고 색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만의 사진을 찍었을 때 입 꼬리를 슬쩍 올리며 웃는 개구쟁이들. 이제 미술관은 우리의 아지트다.

아이들이 직접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은 좀더 복잡한 놀이이면서 오감이 즐거운 수업이다. 곰곰이 생각해 자신만
의 룰을 만들어내고 방법을 구상해야하기 때문이다. 직접 만든 프로그램으로 또래와의 공감은 물론 규칙을 자연
스럽게 지키게 한다. 자신이 주체적으로 체험문화를 느끼고 다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나 아닌 다른 친구를 배
려하는 마음이 깃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도내 미술관 탐방도 새로운 경험의 장이 된다.
8회차에 갔던 기당미술관은 아이들의 보물찾기 놀이터였다. 미션이 주어지자 자발적인 행동으로 모험가가 되었
고, 순식간에 미술관은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변신했다. 스스로 팀을 만들고 힌트를 공유하며 궁리 끝에 답을 찾
으면 보물을 찾은 것처럼 기뻐했다. 그렇게 아이들은 주어진 문제를 풀면서 자신들의 보물섬 지도를 만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서로간의 갈등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해갔다. 미술관
이 놀이를 통해 지적인 성장의 공간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회차가 지날수록 미술관은 아이들의 탐험 대상이 된다. 작가에 대해 알아보고 작품과 건물을 둘러보며 공간을
탐색했다. 놀이를 하기 위한 자신의 영역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런 다음 이 미술관을 어떻게 꾸미면 좋을까에
골몰한다. 이렇게 해서 만든 브로슈어와 미술관 홍보영상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미술관 소개, 뉴스, 주의사
항 알리기 등이 코믹버전으로 나오기도 하고 사뭇 진지한 영상이 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아이가 주도적으로 창의
성을 발휘한 프로그램이 되었다.

제주 사투리로 ‘괸 물에 괴기 안 논다’라는 말이 있다. 고인 물에는 물고기가 헤엄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엄숙한
공간으로 닫혀 있던 미술관에도 시대의 흐름을 타고 소통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문턱을 낮추고 아이들의 놀이 공
간이 될 때, 즐거움을 만끽하고 예술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진정한 ‘꿈다락’이 되는 것이다. 그 출발에 자연사
랑미술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