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08

사업현장- 8호 No.02

[지역특성화]
Sound of 구좌
구좌지역은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활발한 지역 중 한 곳이다.
합창단, 기타 동아리, 댄스, 풍물패 등 많은 문화예술 분야에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으나, 종합예술 ‘뮤지컬’ 장르는 아직 접하지 못하여 생소해 했다. 사실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과연 지역주민 어르신들과 함께 진행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이 분들을 위한 새로운 예술장르를 접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마련할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하고 구좌지역 주민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구좌지역의 설화, 해녀, 특산물인 당근, 감자 그리고 오름, 바다 등 다채로운 구좌의 이야기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구좌를 대표하는 뮤지컬을 기획하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자들이 구좌를 알릴 수 있는 문화예술의 전도사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 라는 기대감을 안고 ‘Sound of 구좌’는 시작됐다.

지인은 구좌지역 주민을 통해 주민대상 뮤지컬 참가자 모집을 부탁했고 그렇게 모인 어르신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다행히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알고 있는 분들도 있었고, 40대의 젊은(?) 참여자도 있었다. 뮤지컬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예술에 관심이 없는 어르신도 함께 했던 첫 만남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구좌지역 터가 강해서 지역주민들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편으로는 걱정을 했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이분들이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소문은 믿으면 안 돼!

뮤지컬 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에 대한 자료 수집을 하면서 대본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뮤지컬’이라는 단어 때문에 부담스러움이 많았는지 참여자들은 힘들어 했고, 반면 교육에 집중하는 분들도 있었다. 이분들과 만남을 지속할수록 특별한 뮤지컬 교육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뮤지컬을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라고 느끼실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에 따라 방향을 바꾸고 새로운 대본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우리의 일상모습 ‘풍경아트’를 뮤지컬로 만들어 예쁘게 포장해 보고 싶었다.

늘 우리 곁에 함께하는 어머니, 아버지 그분들이 하는 밭일(농사), 장사 등 반복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나만의 가치 있는 삶을 찾아보고자 ‘자아 찾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늘 쳇바퀴 돌 듯 똑같은 일상생활을 뮤지컬로 제작하여 문화예술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시놉시스는 구좌지역 해안가 도로 어느 커피숍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구좌지역 사람들의 모습이다. 처음부터 교육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뮤지컬’의 언급 없이 교육주간에 생각나는 일상적인 일들을 서로가 이야기 나누며 수다를 떨었고,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귀족처럼 긴 털을 가진 아프간하운드와 함께 산책하며 남들 시선을 즐기는 여사님 코스프레 놀이를 하는데 남편이 덥다고 강아지 털을 다 밀어버려 한동안 산책을 못했다고 우울해 하는 주민, 국수집 사장님의 식당 에피소드, 군대에서 휴가 나온 아들을 잊은 채 뮤지컬 교육을 받으러 왔다는 냉정한(?) 어머니 등 이러한 내용들을 모아서 ‘그러나! 그래서! 그래도! 우린 노래와 함께 신나는 하루를 즐기자’라는 내용의 뮤지컬이 만들어졌다.
노래 연습을 하는데 호흡에서부터 발성 연습까지 수줍게 소리를 내던 분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 있게 노래하는 모습, ‘아직도 나는 청춘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열심히 안무 연습을 하다가도 30분은 꼭 쉬어야만 하는 야속한 체력, 뱃살과 팔뚝 살로 인한 의상 선택과정에서 피 튀길 정도의 긴장감과 살벌함은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 기억이다. 전문적으로 뮤지컬 제작은 힘든 일이지만, 우리만의 뮤지컬을 체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며 구좌지역 주민들에게 경험을 선사한 것 같아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9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많은 것을 깊이 있게 접할 수는 없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구좌지역 주민들 스스로 뮤지컬을 제작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 한 좋은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분들과 또 다른, 새로운 뮤지컬에 도전해보고 싶다.

글_양태현(풍경아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