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같은 바람에도 끄떡없는 아이들의 수다는 ‘허리케인’급 위력의 폭풍수다로 무거워진 먹구름의 공기마저도 가볍게
만들고 만다. 2016년 4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토요일은 소울하다!’는 대한민국이 가장 무서워 한다는 중학교 2학년
아이들과 10대들이 한자리에 모여 와글와글 시끌벅적 그렇게 시작되었다.

‘내 꿈의 아지트’ 학교 밖 문화학교는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매주 토요일, 건강한 여가문화 조성과 인성교육의 공동체 화합을 도모하는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제주 특별자치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 진흥원이 협력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예술이 주는 상상과 놀이가 주는 즐거움, 감성과 이성의 조화가 토요일을 가치 있게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하며, 우리들의 ‘토요일은 소울하다!’ 시작의 문을 두드린다.

지난 3월 ‘2016년 제주 청소년 다모여라! 청소년 문화잡지 만들젠! 청소년 문화기자단 모집합니다!’ 홍보포스터가 붙어졌고, 상상창고 숨을 찾아온 청소년은 모두 24명, 그 중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학생들은 16명, 예상외로 관심이 많았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초등학교 4⋅5학년 아이들은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하기로 하였다.
4월을 시작으로 청소년 문화잡지 만들젠, ‘토요일은 소울하다!’는 매주 토요일, 2시에서 6시 사이에, 해안마을 체험관
‘상상창고 soom’에서 진행된다.

<토요일은 소울하다!>는 답답함을 풀어헤치고 마음과 마음을 나누며, 작은 울림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우리가 소울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답답함은 무엇일까?
오늘도 불평과 불만이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은 토요일 오후, 상상 창고 숨에 모여 다양한 토론과 표현활동,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특별활동, 현장체험 등 다채로운 문화 활동을 통해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며 그 과정들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그 기록들이 모여 아이들의 소중한 보물이 되어 줄 것을 선생님들은 짐작이나 하듯 매주 의미심장한 미션들을 던진다.

4월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서로의 드림리스트를 나누며, 궂은 날씨에도 바람 속을 뚫고 달려온 아이들의 얼굴엔 진중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느새 웃음꽃이 ‘활짝’이다. 활짝 핀 웃음꽃이 나의 이야기와 너의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향기롭다.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을 기억하고, 기억되어지는 시간을 마주하며, 안개 속으로 걸어가는 아이들은 각자 만든 프레임을 높이 들어 보이기도 하고, 땅바닥에 내려놓기도 하고, 뛰고, 점프하며 무언가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모든 것에는 가치가 있는 것’을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돌아와 마주앉은 친구의 얼굴을 그려보며 우리들의 수다는 지칠 줄을 모른다. 집에선 목소리 듣기조차 힘들었던 아들아이의 묵직한 목소리가 청량하기까지 하다. 삼행시 피드백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다음 주를 기대하시라 두구두구두구둥!
토 ; 토요일은
요 ; 요기에서
일 ; 일상의 쉼표! 토요일은 소울하다!!!

5월 시험성적표가 나왔다.
아이들은 수다쟁이, 중간고사 기간에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쉬고, 다시 만난 아이들은 신나게 운동하고, 간식을 폭풍
흡입하며, 폭풍수다를 떨더니 어느새 성적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우리 반, 어떤 애는 열심히 풀었는데 수학 7점 나왔어! 엄청 불쌍해”, “우리 반에는 빵점 맞은 친구도 있어!”,
“와~ 빵점 맞기도 어려운데!”, “하하하!!!”
한참을 웃더니 다시 피시방, 인터넷 중독에 대한 토론이 한참이다. 아이들은 잘 알고 있었다. 무엇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상처가 되고 치유되며 위로가 되는지, 서로의 눈을 마주하며 마음을 담아 대화하는 아이들에게서 ‘소울’해 지고 있음을
느낀다.

본격적인 잡지 만들기 작업을 위해 한라일보 이현숙 기자를 초청하여 특강을 열었다. 신문의 기능, 제작 과정, 기사작성 방법, 인터뷰어의 자세, 기사의 종류 등 이현숙 기자와의 재미있는 이야기에 이어 아이들의 질문세례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열정적인 강의가 이어졌다. 이어 두 번째 특강은 사진작가 이겸 작가에게 잡지 만들기의 사진 활용법과 사진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잘 찍는 방법 까지 많은 기술을 전수 받았다.
특강을 통해 전수받은 기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우리는 인터뷰를 위한 현장체험을 강행하였다.

제주시 원도심에 있는 각 출판사 방문은 아이들에게 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계기가 되었다. 인쇄의 역사,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수장고 등을 체험하였다. ‘제라진 그림책 갤러리’ 방문에서는 운 좋게 그림책 작가를 직접 만나 기념촬영도 하고, ‘문화 공간 쿰자’에서의 인터뷰 등 아이들의 기분은 상기되었다. 원도심을 걸으며 제주의 숨은 이야기를 기록하던 아이들은 제주의 옛 목 관아, ‘관덕정’에 머물렀다. 600년의 숨소리를 들어보려 기둥마다 매미처럼 매달려 귀를 대어보기도 하고, 둥그렇게 모여앉아 잠시 토론도 나누었다.
‘독립출판 서점’을 방문한 아이들은 제법 기자의 분위기를 연출하며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했다. 대형 서점과의 다른 점은 무엇인지, 독립출판이란 무엇인지, 독립출판물은 초판 몇 권을 펴내는지, 잘 판매되어지는지, 끝없는 질문 세례에 서점사장님께 죄송한 맘이 들었다. 아이들의 첫 현장체험은 제법 멋진 인터뷰어의 모습까지 보여주며 마무리 되었다.

연일 폭염주의보에도 여름을 신나게 보내는 아이들은 뭔가 특별한 청량함을 가지고 있다. 애정과 관심으로 관계가 형성되고,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삶을 꿈꾸게 한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그렇게 또 하나의 설렘이 되고 있다.
일상의 작은 변화를 통해 재미있고 의미 있는 활동을 해나간다. 너와 나, 우리의 토요일은 청량한 공기로 함께 호흡해가며 행복을 그려가고자, 오늘도 ‘토요일은 소울하다’를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