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09

ArtReach현장- 9호 No.03

[장애인문화예술교육]
나의 마음을 표현해요
자폐장애인을 돌보기가 쉽지 않은 것은 ‘돌발행동’ 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껑충껑충 뛰어다니거나, 바닥을 뒹굴거나, 자해하거나, 타인을 공격하거나, 사물을 부수기도 한다.

그러나 이유 없는 ‘돌발행동’ 은 없다. ‘돌발행동’은 자폐장애인의 감정과 의사표현의 한 방법이며, 자신의 의사를 타인이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폐장애인의 의사표현 능력을 키워주고, 감정을 올바로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게 하면 자연히 돌발행동은 줄어들게 된다.
(사)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제주지부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지원을 받아 매주 토요일 예술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자폐장애아동의 표현능력을 향상시켜 주려는 목적에 ‘주말돌봄’ 프로그램의 성격을 가미시킨 것이다. 음악프로그램인 ‘내 마음이 담긴 소리’ 는 12시 30분부터 14시 30분까지, 미술프로그램인 ‘내 마음 그리기’ 는 16시 30분부터 18시 30분까지 운영된다. 오전과 오후의 비어있는 시간은 1:1 개별교육을 진행한다.
‘내 마음이 담긴 소리’ 에서는 노래를 통해 발음을 훈련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힌다. 발화(發話)가 되지 않는 참가자들의 호흡을 기르고 혀와 입술의 훈련을 돕기 위해 카주, 슬라이더 휘슬 등의 악기를 구입하였고, 흥미를 돋우기 위해 노래방기기와 마이크, 앰프 등의 장비도 사용하고 있다. 다양한 오르프(Orff)악기를 이용한 음악놀이는 양손과 발 등 신체의 상호작용을 돕고, 차례를 지키는 질서 훈련과 남을 배려하는 사회성 훈련에 도움이 된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악기들에 호기심을 보였으나 착석이 되지 않고, 제멋대로 소리를 내어서 초반에는 질서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노련한 사회복지사와 보조강사들의 도움으로 점차 안정적인 수업분위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내 마음 그리기” 에서는 도구의 올바른 사용법을 익히고, 자연대상을 모방하는 방법,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 완성된 작품을 만드는데 목표를 두지 않고, 참여하는 과정을 더 중시하고 있다. 찰흙이나 물감 색종이 등을 가지고 마음껏 어질러도 야단치지 않으니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도 한 몫 하고 있다. 이 시간에는 동생이나 부모도 함께 참여하여 가족간 소통의 기회로 삼기도 한다.
토요일이면 사랑협회의 사무실이 메어 터진다. 교육실 밖에 있는 로비에서는 부모들이 모여서 아이들을 기다리며 서로 대화를 나눈다. 서로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어떤 학교에 진학할 것인지, 아이가 왜 말썽을 부리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정보를 나누고 교류하는 장이 형성되고 있다. 처음에는 기다리는 부모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추진했었다. 하지만 부모들은 그냥 편하게 대화하며 기다리는 것이 제일 좋다는 의견이어서, 편안한 소파와 테이블을 늘려 놓게 되었다. 덕분에 서로 친해지고 협회의 전달사항도 잘 전달되니 협회의 모든 활동이 더 잘 굴러가게 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지금까지 협회에 가입하지 않았던 장애아동과 부모도 교육의 참가를 위해 회원에 가입하게 되니 덩달아 협회도 발전하게 되었다.

11월 말로 교육의 일정을 마치고 12월 2일 제주대학교 아라뮤즈홀에서 성과발표회를 가짐으로 사업을 마치게 된다.
사업을 진행하며 제일 아쉬운 점은 중증 장애아동들이 따라가기 어렵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장애가 심할수록 이러한 교육은 더욱 필요하다. 따라서 이들을 배려하는 개별교육도 병행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또한 처음에 참가신청하지 않은 장애아동도 중도에 참가하기를 원하거나, 원하는 시간만 참석하기를 바라는 경우가 있으므로, 교육참여 인원을 확정시켜 시작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시켜 시행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한편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및 교육대학원생들 중 ‘특수교육학 개론’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여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물론 학생들에게도 자폐장애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글_김준곤 ((사)한국자폐인사랑협회제주지부 부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