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활동사례를 나누고 지식과 정보를 교류하는 네트워킹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육교’ 행사가 지금까지 3회 진행되었다. 육교는 ‘교육’ 이란 단어를 도치시켜 ‘ 서로 다른 곳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 을 대입한 이름으로 서로 창의성을 길러주고 키워주는 다리가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올해 4년째 진행되고 있는 제주문화예술교육센터의 네트워킹 사업이다.

함께하는 예술체험이나 액티비티를 매개로 교류했던 것이 이전 육교의 핵심이었다면 올해는 참가자들이 주제와 멘토를 직접 제안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했다. 변하고자 했던 이유는 처음 만난 사람들 간의 어색한 시간을 관심 있는 주제를 직접 정하면 조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항상 2시간가량의 시간에 처음 자기소개를 하고 인사를 나누는 어색한 시간은 있어야했고 그 시간이 꽤 지나고 난 뒤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각자의 이야기가 쏟아지는 즈음에는 시간은 야속하게도 끝에 와있다.

비단 육교가 아니라도 여러 회의나 모임 시작 전에 참가자들의 서먹한 분위기를 깨고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활동인 ‘아이스브레이킹(Icebreaking)’이 필요하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얼음 깨기 정도 되겠지만 얼어있는 마음의 문을 깨서 열자는 의미인 ‘마음열기’ 같은 우리말 표현도 좋다. 아무튼 그 마음을 여는 방법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간단한 게임이나 참가 목적을 공유하는 방법도 좋겠다. 그래서 이전 육교의 경우에는 함께하는 문화예술 활동체험이나 나들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서 마음을 여는 시도를 했었고 올해는 ‘소셜다이닝(Social-Dining)’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소셜다이닝이란 고대 아테네에서 술을 마시며 대화와 토론을 나누는 ‘심포지온(Symposion, 함께 마시다)’에서 유래된 것으로,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식사를 하며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음식을 함께 나눠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마음의 문이 쉽게 열릴 것이라는 고대 아테네 사람들을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소셜다이닝을 접목한 육교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태양빛이 제주바다를 뜨겁게 데우던 7월의 오후 4시, 제주시 동쪽에 위치한 조천포구에서 세 번째 육교가 진행되었던 그때는 조금 특별했다. 잠시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 흠뻑 젖은 땀을 식히기 위해 용천수로 이루어진 노천 목욕탕에서 제주의 예술가와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는 시작했고 태양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바다 속으로 사라져가던 늦은 오후부터는 조천포구 한가운데서 이어졌다.
포구 앞 조천수산에서 주문한 제주 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한치 회를 나눠먹으며 조천에서 거주하시는 이주예술가분들까지 합석을 하면서 조천의 밤은 뜨거운 문화예술교육의 이야기로 가득했다. 게다가 주문부터 탁자와 의자를 모두 손님이 직접 준비하는 완전한 셀프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조천수산의 이 독특한 시스템은 그 낯설음과 불편함은 싱싱한 한치 회의 식감과 참가자들의 이야기와 함께 익숙함과 즐거움으로 변해있었다.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사상가였던 톨스토이는 먹는 즐거움에 대해 “신은 인간에게 먹을 것을 보냈고 악마는 요리사를 보냈다”고 했다. 2017년 육교는 신과 악마가 보낸 선물에 문화예술교육 이야기를 보태서 올해 몇 차례 더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