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0

ArtReach현장- 10호 No.03

[장애인문화예술교육]
문화에 흠뻑 빠져 사는 우리는 “문화 in”
한명, 한명 차례대로 커튼 속의 세계로 들어간다.
반대편 커튼에서 나와 매트 위를 한번 구르고 나면 원식이는 ‘맨’으로, 이량이는 ‘전지현’, 지혜는 ‘러블리즈’로 각자 지은 별명으로 변신을 한다. 일주일에 한번 매주 목요일 오후 한시가 되면 이 시간 만큼은 내가 아닌 연극나라의 주인공이 되는 행복한 시간이 된다.
지적장애가 대부분인 대상자들과 연극으로 놀며 배우자는 목표를 가지고 연기의 기초와 작품을 놀이를 통해서 경험하게 하며, 놀이를 통해 자기개발과 자아를 재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더불어 자신감과 자발성 더 나아가서는 사회성을 강화 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이 사업을 시작 했다.
게임을 하고, 우리들의 규칙을 만들고 표현놀이, 감각놀이, 역할놀이, 상상놀이, 발성놀이 등을 하면서 내면에 있는 것 들을 많이 끌어내고 몸을 풀어주는 놀이위주로 수업을 해 나갔다.
처음에는 쑥스러워 자신의 별명조차 큰소리로 말하지 못하던 친구들이 커튼 속으로 들어가서 구르고 나면 마법의 숲을 지나온 것처럼 연극의 주인공이 되어 용감해져서 나오게 된다.
무더운 여름날 오후... 신문지를 가지고 꾸미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인도사람이 되고, 왕이 되고, 로봇이 되고, 허수아비가 되어가자 우리들끼리만 보기에 너무 아까워 생각이 문득 들면서 강사와 상의 후 즉석 퍼포먼스를 꾸며보자해서 복지관 1층부터 3층까지 흥겨운 노래에 맞춰 퍼레이드를 했다.
나른한 오후 시간에 퍼레이드는 대 성공적이었다.
여운은 오래갔다. 친구들에게는 자신감과 성취감이 몇 배 상승하였고, 더위에 지쳐있던 직원과 복지관의 많은 이용자들은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난 듯 아주 반가워했고 심지어는 좋은 공연을 보여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도 하였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신문지 찢기에서 시작된 그 날의 수업은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남겨준 뜻 깊은 시간이었다.
9월 어느 날 친구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캠프를 가게 되었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하필 제18호 태풍 탈림이 제주를 위협하고 있었다.
하지만 캠프의 대한 우리 친구들의 열정을 막을 길이 없었기에 강행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모든 것을 실내에서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은 상태라 활동하는 데에는 별 무리 없이 진행 할 수 있었다.
신나고 재미있는 레크리에이션과 배우 지망생들과의 대화의 시간을 가지며 그림자 인형극과 패션쇼를 함께 준비하면서 연극의 또 다른 세계에 흠뻑 빠지는 시간이 되었다. 두 그룹으로 나누어 준비한 작품을 서로 발표하고 서로에게 격려와 칭찬도 해주면서 우리는 예쁜 추억을 한 장 마음속에 저장 시키고 왔다.
며칠 후면 장애인문화예술제에 연극부문으로 참가를 하게 된다.
아직 많이 미흡하지만 나름 열심히 대본도 외우고 발음이 안되는 친구들은 연필을 입에 물고 발음연습도 해 가며 준비해 가는 모습에서 흐믓한 미소가 흘러나온다. 연습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우리 친구들이 연극을 통해 문화를 접하게 되고 무대로 세상과 소통하며 장애의 벽을 넘고 더 이상 문화의 주변인이 아닌 창조자로서의 주역이 되길 기대해 본다.

글_이은혜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기획자)